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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 김석진 선생님 인터뷰(2015. 10.14 세계일보) 덧글 0 | 조회 7,631 | 2015-10-26 00:00:00
관리자  

“주역은 세상 이치를 알게 해주는 삶의 이정표”

미수 맞은 ‘주역 대가’ 대산 김석진 선생

  “나이만 먹었지 쌀은커녕 쭉정이도 못 돼 부끄럽습니다.”

올해 미수(米壽·88세)인 주역(周易)의 대가 대산(大山) 김석진 선생은 지난 1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쌀 ‘미(米, 八十八)’자는 벼를 심어 쌀이 나오기까지 88일이 걸리기 때문에 만들어진 글자”라며 자신을 낮췄다.

주역은 역경(易經)이라고도 하는데 장구한 세월을 지나며 복희·문왕·주공·공자 네 성인에 의해 완성된 경전이다. 천지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현상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대산은 주역에 통달했던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의 아버지 야산(也山) 이달(1889∼1958)의 제자로 유명하다. 

대산 김석진 선생은 “나는 심장도 약하고, 귀도 어둡고, 위장수술도 한 병자인데, 주역 이야기만 하면 목소리가 커지고 기운이 난다”며 “주역의 이치를 경험하면서 옳은 계획은 모두 이루어졌고, 그때마다 하늘이 돕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대산은 세간에서 주역을 ‘점 보는 책(占書)’쯤으로 알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점치는 책이 맞으나 점은 미래를 적중시키는 일로 변화의 이치를 모르면 그렇게 하기 힘들다”고 했다. 변화를 아는 것이 곧 학문하는 뜻이기도 하다. 점을 보되 공의를 앞세우면 삿되지 않는다. 과거 왕들은 주역으로 점을 쳐서 때(시대)를 알고 이에 맞게 변화했다고 한다. 오늘날 정치인들이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정지도(中正之道)’에서 벗어나 자기와 자기 집단의 이익만 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시대의 변화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좀 더 변했으면 하는 게 대산의 바람이다.

“주역은 모든 종교의 가르침을 담고 있어요. 주역을 공부하면 바르게 살 수 있고 앞을 내다보는 예지력도 길러지지요.”

64괘로 표현된 주역에서 ‘관(觀)과 지(止)’를 상징하는 괘가 있는데, 불교의 공(空) 사상과 맥을 같이 한다. 예컨대 생각의 끝이 ‘등’에 그치면 탈이 없다(艮其背·간기배)는 것이다. 눈, 코, 입 등 사람의 앞 부분은 욕망덩어리인 반면 사람의 등에는 아무런 욕심도 없다. 주역을 배우면 욕심을 없애는 공부가 많이 돼 스스로 도인의 경지에 이를 듯하다. 그래서인지 주역을 통해 다른 종교를 찾아가기도 하고, 주역을 토대로 새로운 종교가 창시되기도 한다.

대산은 주역을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대중화한 인물이지만, 대중을 상대로 강의에 나선 것은 30년에 불과하다. 충남 논산 가야곡 출생인 대산은 6세 때부터 조부인 청하 선생에게 천자문과 사자소학, 논어 등을 수학했다. 19세에 주역에 입문해 야산 문하에서 13년 동안 주역과 시경, 서경 등을 혹독하게 배웠다. 야산 선생이 작고한 뒤 독학으로 주역을 파고들었으나, 써 먹을 데가 없어 상심하기도 했다. 처자를 먹여 살리기 위해 무허가 한약방을 차려 전전하던 대산은 57세 때는 중병으로 쓰러지기까지 했다. 그때 서울에서 주역을 배우겠다고 사람들이 찾아왔다.

“평소 주역을 전하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강의를 듣겠다고 제 발로 왔으니, 춤이라도 출 일 아니겠어요? 몸이 아픈 것이 그렇게 한탄스러울 수 없었지만, 가르치다가 죽겠다는 심정으로 수락하고 말았어요.”

대산의 주역 강의는 58세 때인 1985년 서울의 한 사찰 암자에서 20여명의 청강생을 놓고 시작됐다. 그가 강의하는 모습을 보고 제자들이 “스승님이 돌아가시게 생겼다”고 상심이 컸다. 이 사실을 보살이 알고 의사를 소개해줘 임시처방으로 심장마비 방비약을 입에 물고 강의하기도 했다. 1년 뒤 청강생이 늘어나자 강의 장소를 흥사단으로 옮겼고, 첫날 공개강의에 150명 이상이 몰렸다. 강의는 대전, 청주를 거쳐 인천, 춘천, 제주로 이어졌고, 주역연구모임인 홍역학회와 동방문화진흥회가 창립되기에 이른다. 물론 몸도 좋아졌다.

“주역 강의가 저를 살렸습니다. 지금도 힘이 없다가도 강의만 하면 어디서 힘이 나는지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다고 합니다.”

주역을 일독하려면 1년 2개월가량 걸린다. 대산은 일독한 제자들에게 호를 지어주는데, 그 수가 4000명에 이른다. 제자들 중에는 김병운 전 수원지방법원장, 노태구 경기대 명예교수, 이우붕 경북대교수, 이정희 전 천도교 종학대학원장, 시인 박명옥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있다. 대산은 80세 되던 해 전국 10여개 도시에서 하던 주역강의를 모두 제자들에게 물려줬다. 서울의 동방문화진흥회도 야산의 손자이자 자신의 제자인 청고 이응문에게 맡기고, 자신은 제자들의 간청에 못 이겨 ‘주역전의대전’만 대전에서 강의하고 있다.

“자연의 변화는 간단하고 쉽습니다. 이치를 아는 것은 어려운데, 배우고 보면 또 그것처럼 쉬운 게 없어요. 일반인들도 주역을 알면 이치에 맞게 살아갈 수 있고, 자기 분수를 알게 돼 나쁜 짓도 안 하게 됩니다. 주역은 결국 사람됨을 가르쳐 주는 삶의 이정표입니다.”

대산선생미수기념집간행위원회(공동대표 이애주 서울대 명예교수·이찬구 박사)가 구성돼 오는 24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SC컨벤션센터(한국과학기술회관 12층)에서 동방문화진흥회(회장 이응문) 주관으로 미수연과 미수기념집 ‘易과 人’ 봉정식을 갖는다.

글·사진=정성수 종교전문기자 to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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